"최재형 감사원장이 ‘원전 마피아’의 일원인가?"

"국가에너지정책 논의의 품격이 아쉽다."

박종완 기자 승인 2020.08.09 09:41 의견 0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참 하루하루 나라꼴이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민생 현안들이 산적하건만 검찰총장에 이어 이번에는 감사원장이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정치 현안이라면 빠지지 않는 진중권씨는 “‘닭치고 정치’를 하니 나라가 양계장이 되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감사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당의원들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3시간 넘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여당 측이 최 원장에 대해 비록 말꼬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속내는, 감사원장이 ‘원전 마피아’에 경도된 입장에서 문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감사결과를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2017년 12월 21일,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들도 최 원장을 향해 “감사원장에 임명될 경우” 감사원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었고, 최 원장은 “그것이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 한다”며 일관되게 답변했었습니다. 

최 감사원장은 ‘지지율 41%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등의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비슷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 진의는 달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동안 최 원장이 보여줬던 자세를 보면 청와대가 요청한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거절하는 등, 나름 감사원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입니다. 물론 이것조차 ‘괘씸죄’로 몰려 지금 수난을 겪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윤석렬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둘러싼 공방은 겉모습이 비슷하긴 하지만,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그 기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분히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그간의 치열했던 논쟁을 여기서 짧게 정리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현재 최 감사원장을 둘러싼 공방의 가까운 배경과 경과를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를 받아서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는 '경제성 없다'며 조기폐쇄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당시 한수원 결정의 근거였던 '경제성 분석 보고서'가 불씨가 됐습니다. 야당과 탈원전 반대파들은 전기판매 단가 등의 자료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했고, 정부와 한수원측이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뛴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증폭되자 국회가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를 전격 의결하게 됩니다. 국회가 주문했던 감사결과를 기다렸다가 결정해도 될 것을, 결국 대통령 눈치 보느라 절차를 무시했다는 논란이 증폭된 것은 당연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최 감사원장 발언까지 도마에 오른 것이지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든 이슈가 그러하듯이 ‘탈원전 정책’도 진영논리의 늪으로 깊이 빠진 상태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곧바로 위대하신 문대통령에 대한 도전이고,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종북좌파’들의 나라 말아먹기 책동으로 왜곡됩니다.

진영논리의 도그마에 빠진 ‘탈원정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찬반 양측의 과장되고 왜곡된 논리를 강제로 주입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과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아전인수격 논란들입니다. 

대만의 경우, 2018년 11월 탈원전 정책 폐기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1083만여 명의 유권자 중 63%가 폐기에 찬성했습니다. 탈원전 반대파들은 이것이야말로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할 중대한 참고사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찬성파들은 대만의 국민투표는 단순히 원전폐기 시기를 확정하지 말자는 곁가지 결론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합니다. 한쪽 말만 들어서는 대만이 대체 어쩌고 있다는 것인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독일의 경우, 탈원전 찬성파에 의해 지구촌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국가에너지사업을 전환해가고 있는 나라로 칭송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 완전 폐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만, 그로 인해 우리보다 두세 배 비싼 전기료를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고, 미국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러시아로부터 발전용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가스관 설비를 강행해야만 했습니다.  

탈원전 정책의 열렬한 찬성파들은 대체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사람들입니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의 처참함을 돌아본다면 원전 폐기 주장의 근거와 배경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더구나 핵발전 폐기물처리 문제의 복잡성까지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은 넘치도록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을 포함한 원전의 강점에 대한 기본적 논의는 차치하고, 탈원전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태양광은 2017년 한 해만 여의도 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1434ha의 숲을 훼손했고, 해양풍력발전소가 밀집한 영국 북해에서는 풍력발전 저주파 등의 영향으로 2018년에만 고래가 1000마리나 사망했다고 합니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꼭 청정전원은 아닌 듯도 합니다. 

특히 당장 원전 중단으로 감소될 전력의 보강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양산되는 것을 보면, 경제성 논란과는 별도로 원전 폐기가 과연 친환경운동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을 낳기도 합니다. 결국 ‘탈원전’ 여부에 대해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고, 국가적으로는 개별적 특수성이 지혜롭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고도 판단됩니다. 

탈원전의 모범국가라는 독일도 10년간 추진하던 탈원전 정책을 2010년에 잠시 보류하기도 했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모두 중단시켰던 일본은 슬금슬금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시기의 국가에너지 정책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취급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며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정치적 도그마’에 갇혀서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권의 ‘탈원전 논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수준입니다. 우선 최 감사원장에 대한 여권의 이지메가 그렇고, 여야 간 팩트 논쟁이 그러합니다. 서로 자기 패거리에 유리한 근거만 내세우며 상대방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정책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추진될 수 있겠습니까.

감사원법 제2조 1항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 감사원장을 인준하면서 여당조차도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을 주문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당의원들은 감사원장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동조하지 않았다거나 동조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장은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 ‘탈원전’을 밀어붙인다 해도, 국회가 요구한 감사에 충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본분입니다. 대통령 비위를 맞추겠다고 정말 한수원이 경제성 분석까지 조작했는지 여부를 사실대로 밝혀야 합니다. 감사결과에 따라 월성1호기를 2년쯤 더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한들, 의욕이 넘쳤던 대통령의 심기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곧바로 현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혹여 최 감사원장이 ‘원전 마피아’들과 한패가 되어 감사결과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도, ‘탈원전 정책’의 근간이 옳고 국민이 수긍한다면 막강 여당의 힘으로 흔들림이 없을 것인데,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렵고 못마땅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정치판을 ‘양계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야유를 자초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최 감사원장이 ‘원전 마피아’의 일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탈원전 정책’의 적은 오히려 감사결과를 예단하고 감사원장을 들볶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옹호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호도하려는 ‘권력의 압력’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하라는 말씀입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류의 피곤한 미니 시리즈는 검찰총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최 감사원장에 대한 겁박을 자제하는 것이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서도, 피곤한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훈수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