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거대정당의 이념적 통합을 환영 한다"

강령으로 자매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박종완 기자 승인 2020.08.29 19:52 의견 0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모든 정당에는 그 정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비전과 정치이념을 종합 정리한 ‘강령’이 존재합니다. 어느 정당이든 그 당의 강령을 살펴보면 그 정당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미래통합당이 이번에 새로운 당의 강령과 더불어 10대 기본정책을 마련하고 당의 공식적 추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의 이름도 바꾼다고 하는데, 이름을 바꾸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대강을 정리한 ‘강령’의 수정이 가장 주목할 대목이라 할 것입니다.

새롭게 정리한 미래통합당의 강령을 살펴보면서, 참 좋은 말은 다 모아놓았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정치이념과 정책적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변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의 강령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 개정된 미래통합당 강령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미래통합당 신 강령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실천 가치로 내건 것이 ‘공정’이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강령과 100%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 ‘기회의 나라,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미래통합당), 

“우리는 ‘공정·정의, 안전, 포용·통합, 번영, 평화’를 시대가치로 삼고, 서민과 중산층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더불어민주당)

곁가지 표현은 좀 다르지만, 양당이 동일하게 가장 우선적으로 실현할 가치로 ‘공정’을 꼽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정당이 ‘공정’을 최우선 실천과제로 삼고 나섰으니, 이제부터는 이 사람들이 서로 싸울 이유가 절반쯤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닐까요?

두 정당이 추구하는 우선적 가치와 더불어 그동안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뿌리 등에 대한 역사적 인식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부분에서도 양당은 절묘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3.1 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고......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미래통합당)

“우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항일정신과 헌법적 법통과 4월혁명,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신 강령에서 이승만대통령에 의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의미는 완전 실종되고, 임시정부의 정통성만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의식과 완전 일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항일 독립정신의 강조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 동일하게 명시되고 있는데, 이는 두 정당의 역사의식이 ‘통일’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두 정당이 동일한 역사의식으로 합치되고, 최우선적 실천 가치로 ‘공정’을 표방하고 나섰으니 이제 대한민국은 동일한 정체성으로 이름만 다른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존재하게 된 셈입니다. 그 어렵고 어렵다는 진영논리의 함정을 완전히 극복한 것이며, 동시에 극한 대치로 갈등을 증폭시키던 파당정치 세력 간의 정신적 통합이라는 이 쾌거(?)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친 김에 더 살펴보자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정책적 이념에서조차 양당은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당이 동일하게 강조하는 경제정책적 화두는 ‘경제민주화’입니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고,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며”(미래통합당) “우리는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더불어민주당)

굳이 양당의 강령에서 나타난 차이점을 들추자면, 남북간 평화적 통일을 동일하게 지향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자유민주적 기반’을 전제한다는 점이 다르고, 저탄소 에너지정책에서 미래통합당이 원자력을 포함시키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제로정책을 명시하고 나섰다는 점 등이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미래통합당이 신 강령에서 ‘기본소득’을 명시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보편적 복지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기본생활을 보장’한다고 했으니, 굳이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이유가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당의 강령은 그 당의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미래통합당이 강령 수정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한 정체성을 천명하고 나섰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보수-진보, 우파-좌파의 구분이 이제 우리 정치권에서 그 의미가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며, 적어도 ‘강령’ 측면에서 주요 정당간 진영논리에 따른 갈등과 대립, 투쟁의 명분이 희석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록은 동색이요, 사실상 자매정당이나 다름없게 된 마당에 피 튀기며 싸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양대 거대정당이 정신적 통합을 이룩한 지금, 거리의 태극기세력과 종북·사회주의류 정치세력들은 더욱 극단화의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로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의 획기적 ‘좌클릭’으로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마당에 이제부터 거대 양당은 지긋지긋하고 못된 정쟁의 사슬부터 걷어내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소한 차이를 침소봉대하고, 허접하고 잡스러운 것들을 놓고 시비하면서 민생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당장 탈출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제 정치, 경제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양 당의 정책위원회부터 통합 운영하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불식하고 국가 주요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방역대책과 민생 대책 등 주요 국가적 시책에서부터 ‘강령 통합 자매정당’의 대동단결을 실천함으로써, 국민을 크게 안심시켜주기를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그런데요,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강령으로 자매정당이 된다한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요? 당의 ‘강령’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의 교범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이 별로 없다고요? 당의 강령을 제대로 읽어보는 국회의원들조차 별로 없다고요? 이런 청천벽력이......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시무7조’를 읽어보며, 문득 ‘시무7조’에서 통박하고 있는 핵심의제들이 그대로 집권여당의 강령 전문에 적시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됩니다.  

“사유화된 국가권력과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 저성장과 경제적 불확실성 및 사회불평등의 증대로 인한 차별과 격차 심화, 서민경제의 파탄과 중산층의 붕괴, 사회갈등의 분출과 불안한 생애과정,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와 개인 모두의 불안 해소가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더불어민주당 강령 전문 중)

대한민국 핵심 정당들의 강령이 ‘공염불’만도 못한 것이었다니......이런 것도 모르고 거대 양당의 ‘강령 통합’을 국민통합의 ‘쾌거’라고 의미부여하며 춤을 췄던 제 자신이 너무도 안쓰럽고 처량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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