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회식때 허벅지 쓰다듬은 건 거부 안해도 강제추행”

신선혜 기자 승인 2020.03.26 19:47 의견 0
대법원 전경 (자료=대법원)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후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초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20대 피해 여성 B씨를 옆자리에 앉힌 후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봐야한다”며 “A씨가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폭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없어 강제추행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식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다리를 옷 위로 쓰다듬고 피해자 옆에 기대거나 피해자를 뒤에서 안는 등의 행위를 했으나 피해자는 가만히 있었다”라는 진술을 토대로 B씨가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여성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인 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 행사로서 추행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B씨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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