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백종원 대망론은 참 불편하고 안타깝다"

흥미진진한 “백종원 대망론”을 돌아보며...
통합당은 포퓰리즘과 예능감으로 승부를 원하는가

박종완 기자 승인 2020.06.26 20:02 의견 0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사석에서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요식업자면서 방송인 백종원씨를 언급했다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야당 책임자라는 사람이 백종원씨를 대통령감으로 거론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속뜻이 있었을 것입니다. 혹자는 김종인씨 자신이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까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요. 

어떤 의도였든지 백종원씨가 대통령감으로 거론되었다는 것 자체가 참 흥미로운 일이긴 합니다. 방송을 통해 비춰지는 백씨의 모습이 과연 100% 진실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용으로 치장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민초들을 위해 떨쳐 일어섰던 활빈당이나 의적 두목을 연상시켜주기도 합니다.

백씨의 탁월한 소통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치밀한 애프터서비스 정신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이 지적한대로 백종원씨를 보는 사람들에게서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백종원 대망론’을 마냥 흥미롭게 보기에는 뭔가 조금은 찝찝한 구석을 떨쳐내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백종원씨를 대선주자로 거명할 만큼, 제1야당에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정치권 전체를 희화화하는 얘기로도 들리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국민호감도만을 따져볼 때, 방송에서 좋은 모습만 보이면서 애초부터 욕먹을 일과는 거리가 멀었던 백종원씨를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백종원씨가 처음부터 정치인으로 국민들 앞에 나섰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호감도를 누리고 있었을까요?

작년말 한국 갤럽이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을 상대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전 총리만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조금 앞섰을 뿐, 여야의 모든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이 사실상 ‘비호감’으로 나타났었습니다. (이낙연 50%(호감)-33%(비호감), 심상정 39%-45%, 박원순 32%-53%, 이재명 29%-55%, 유승민 23%-59%, 황교안 18%-67%, 안철수 17%-69%)

정치인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그 때 그 때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가 속해있는 정당이나 집단의 인기도와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조사에서 비호감도 꼴찌를 기록한 안철수씨는 불과 2년 여 전인 2017년 4월에는 호감도 58%로 당시 문재인(48%)을 앞선 바 있었습니다.

이 조사가 7개월 전 조사라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지금 조사해도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서는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특히 제1야당인 통합당쪽 인사들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적으로 예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고, 특히 통합당은 비호감의 수렁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분이 느닷없이 백종원씨를 대선주자감으로 거론한 것은 매우 깜찍한 발상으로 웃어넘겨줄 수도 있겠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대단히 부적절한 언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이 100% 진담이 아니라면 백종원씨에 대한 심각한 인격 모독이 될 수 있습니다. 백씨가 자신을 대선주자 반열에 올려준데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한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단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아무런 편견 없이 백씨를 좋게 보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번 일로 인해 다른 시선으로 그를 볼 것이고, 그로 인해 백씨는 황당하고도 엉뚱한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야당지도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사실상 대통령에 버금가는 무게를 가져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마땅합니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위해 던져보는 말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신들의 근본적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수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씀입니다. 

야당지도자가 대선주자의 덕목으로 국민적 호감을 거론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치인이 대선주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그래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국민의 호감은 필수적 요소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호감’은 철저하게 정치인으로서 얻어야 할 호감이지, ‘예능적 호감이나 인기’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언사도 물론 자제해야 마땅합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야당의 세대교체론, 기본소득제 논란에 이어 백종원 대망론에 이르기까지, 김위원장이 차기 야권주자의 덕목과 자격으로 거론하는 것마다 포퓰리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가 얻어야 할 국민적 인기와 국민적 호감이 ‘예능감’으로 얻어질 것이라면, 그런 호감은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로운 일입니다. 핵문제에 대한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판문점에서 만나 어깨동무하며 사진 찍고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남북관계에 획기적 진전이 있는 것처럼 떠벌리는 것이 바로 예능적 접근입니다. 그 결과가 현재 얼마나 한심하고 안타까운 모습입니까. 

이런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그 대안을 찾아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야당지도자가 똑같거나 그보다 더한 ‘포퓰리즘적 예능감’에 방점을 찍는 듯 한 발언을 계속한다는 것이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3-25일 갤럽에서 조사한 정당별 호감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0%의 호감도를 얻으면서 가장 앞섰고, 그 뒤는 정의당(33%), 열린민주당(24%), 통합당(18%), 국민의당(17%) 순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정당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41%, 통합당이 20%였다는 것입니다. 통합당은 자기 지지자들에게서조차 ‘비호감’이라는 결론입니다.

통합당이 헤어나지 못하는 비호감의 수렁은, 어설프게 포퓰리즘 흉내를 내려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욕먹을 각오로 대한민국의 오늘은 물론 미래의 새대들을 위해 과감하게 포퓰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당당하게 싸워나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국민들이 그 진의를 알아줄 때까지 옥쇄를 각오하고 자신들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외쳐야 했다는 것입니다.

젊고 예쁘고 호감이 넘치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통합당에 가겠느냐는 젊은이들의 소리를 아프게 들어야 합니다. 화장발과 예능감으로 보수우파 정당이 진보좌파 정당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지구촌의 역사에서 없던 일이고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종원 대망론’을 야당지도자가 얘기하는 것이 흥미롭긴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는 참 불편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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