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흔들기?’ "어리석은 자충수 될 것"

권력이 불편해야 검찰개혁... 진영논리는 매서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어

박종완 기자 승인 2020.07.11 21:53 | 최종 수정 2020.07.12 02:37 의견 4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요즘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다음으로 시끄러운 곳이 바로 검찰인 듯합니다. ‘박원순 파문’으로 잠시 뒷전으로 밀렸지만,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남북관계보다 더 피곤하고 복잡한 관계로 얽혀 티격태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심란한 국민들을 참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할 것입니다. 

불과 1년 전, 문재인대통령이 윤석렬 검찰총장을 발탁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그 짧은 시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참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윤총장 발탁 당시에 문대통령과 윤총장 사이에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 잠깐 상기해보면 더욱 격세지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게 검찰이 갖는 시대적인 사명......윤 총장은 권력에 휘둘리거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로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윤석렬총장) “저는 우리가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ㆍ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대통령과 신임총장이 주고받은 말씀들은 지금 다시 돌아봐도 참으로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는 품격 넘치는 화답이었습니다. 당시 야당에서는 윤석렬의 발탁이야말로 이른바 권력형 표적수사인 적폐수사를 장기화하고, 본격화하려는 시도라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여당에서는 윤석렬 검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엄격했던 사람으로서, 오히려 여권에 부담스러울 만큼 결코 정치적 편향이 없는 수사전문가라고 칭송했습니다. 

정치권이야 늘 반대와 반대로 맞붙어 싸우는 사람들이라 어제 한 말 오늘 다른 사람들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대통령과 신임 검찰총장이 당시 나눴던 말씀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버릴 것이 없는 그야말로 금과옥조 아니었습니까. 굳이 당시의 말씀들을 여기에 옮긴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저런 말씀들은 아예 국가운영교범에 모범 예문으로 싣고 오래오래 계승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말라! 권력기관의 선거개입에는 단호 하라! 문대통령의 이러한 주문과 당부에 윤석렬 검찰총장이야말로 누구보다 충성스럽게 부응했던 사람이었다고 보는데, 왜 작금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윤총장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게 되었을까요? 

이른바 조국사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윤석렬 검찰이 법무장관 조국에게 가혹할 정도로 매서운 칼을 휘두르자 정치권이 제일 먼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막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추측부터, 온갖 음모설까지 나돌았습니다. 설마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혼란의 일차적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났으니 이제야 조금은 당시의 혼란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권력 눈치 보지 않기’라는 윤석렬 코드의 발현이었습니다. 혼란의 주역이었던 윤석렬은 임명 당시 문대통령이 추켜세웠던 바로 그 사람이었고, 여당이 칭송했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반칙과 특권으로 공정한 입시경쟁 분위기를 해치는 권력자 부부에게 칼을 겨누었고, 권력자들이 밀실 담합으로 선거에 개입한 행위에 철퇴를 내리고자 했습니다. 이 눈치 없는 검찰총장은 자칫 권력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는 엄중한 현안들에 대해, 정말 눈치 없이 지독한 수사의 칼을 휘둘렀습니다. 

권력으로부터 검찰권의 독립, 그것이 검찰 개혁의 1차적 과제였습니다. 검찰 권력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우선과제였다는 얘기입니다. 문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윤총장을 발탁하면서 그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윤총장은 문대통령의 기대와 당부에 누구보다 충실했습니다. 그런 윤총장을 비난하며 ‘반개혁’이라고 낙인찍은 사람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문대통령에 충성한다는 이른바 ‘문빠’들이었습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그 속내가 ‘검찰기득권 수호’를 위한 반개혁적 행위라는 것이 비난의 요지였습니다. 

문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지적대로 검찰 권력은 선출권력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것이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검찰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집단적 기득권 옹호를 위한 반민주적 폭거를 자행한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엄중히 심판해야 옳습니다. 노무현대통령식 표현을 빌자면, “맞습니다, 맞고요”를 백 번 천 번 외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정작 대통령과 측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검찰개혁의 중요한 과제가 달성된 것이라고 적극 평가해야 옳습니다. 윤총장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났다고 비난하려면, ‘측근 봐주기’를 안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했을 때 비난해야 합니다. 권력형 선거개입을 적당히 넘기는 것이 ‘법과 정의’를 향한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중대 범죄요, 검찰개혁의 대의를 저버리는 반개혁적 행위인 것입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전제하고 생각해 볼 때, 검찰총장의 ‘눈치 없는 수사’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원, 법무장관이 발 벗고 나서서 사실상 용퇴를 압박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요? 진영논리에 기대어 무조건 ‘우리 편은 우리 편’이라는 막무가내가 아니라면,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권의 ‘윤석렬 흔들기’가 그를 야권의 1등 대선주자로 키워주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윤총장에게 설사 대권주자로서 숨겨진 자질이 상당히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 전문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적절치 않은 일입니다. 과거 ‘대쪽 판사’가 보여줬던 정치력과 지도력의 한계를 상기하면 대충은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석렬총장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샅바 싸움이 언제까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과연 누가 검찰개혁을 원하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현직 검찰총장이 불편하다면 그 자체가 검찰개혁의 방향성과 궤도를 같이한다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반대로 집권당과 청와대가 불편한 검찰총장을 갈아치우려 안달이라면 그것은 검찰개혁의 지향점과 거꾸로 가려는 반개혁의 몸부림으로 비춰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옵티머스를 비롯해 권력형 펀드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검찰총장을 흔드는 것이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윤석렬 흔들기’는 어리석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정말 검찰총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어설프게 좌우를 옥죄며 용퇴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당당하게 검찰총장의 문제점을 적시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그를  쫓아내는 것이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검찰개혁은 항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검찰개혁의 제1명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며, 검찰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 것이 우선과제입니다. 말로는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실상은 검찰개혁의 시대적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어떤 핑계나 구실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그 입을 꿰매야 옳다고 외치고 싶은 오늘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